다시 창업을 한다면?

면접준비를 하며 예상 질문들을 만들다 문득 만약 내가 2021년으로 돌아가 다시 창업을 하게 된다면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있겠지만 실패, 즉 제품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괜찮다. 미숙한 상태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었고 고객은 얻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기에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역시 아까운 것은 돈이다. 창업자금이 더 있었다고 결과가 많이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금을 똑똑하게 사용했다고 하기에는 새나간 돈이 많다.

물론, 이렇게 거액의 돈을 자주 쓴 경험은 처음이라 비용에 대한 효용을 계산하지 못했었다. 가성비와 효율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다시 창업한다면 다음 두 가지 비용을 최소로 할 것이다.


사무실 비용

첫 사무실은 낙성대역 근처 원룸으로 월 60만원이었다. 당시 우리 팀원들 모두 자취한 경험이 부족해 생으로 월셋집을 구하는 것에 대해 잘 몰랐다. 그저 역과 가까운, 그리고 가격에 비해 깨끗한 곳을 골랐다. 의자도 하나 밖에 없어서 개발자 친구가 앉고 나머지는 간이의자와 침대에 대충 쭈그려 앉아서 노트북을 두들겼다. 단기로 3개월 계약 후 신도림의 공유오피스와 월 45만원에 계약했다. 강북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에서 가장 싼 4인실 공유오피스를 열심히 찾다가 발견한 곳이다. 외관은 허름했지만 사무실은 깔끔했고, 가장 업무효율이 좋았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팀에서 나오기 전 이대 앞에 월 100만원이 넘는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때는 투자받은 후라 가격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위치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더 많은 팀원들을 구했어야 하고, 신도림은 그런 측면에서 외진 곳에 있었다.

이렇게 사무실을 계속 고집한 이유는 팀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주변에 아예 재택에서 각자 일하거나, 주말에 1번 만나는 창업팀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모여있어야 회의하기도 편하고 집단지성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4명으로 시작한 창업팀이고 그 누구도 창업에 지식과 경험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각자 일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무실 비용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만약 다시 한다면 사무실은 너무 부담스러운 고정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매달 나가는 그 돈에 대한 기회비용이 분명하지 않더라도 액수 자체가 너무 크다. 주말에 회의실을 예약해 업무를 공유하고 분업한 후에 주중에는 각자 맡은 바를 수행하거나, 줌으로 진행하는 등 다른 방안도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사무실은 분명 메리트가 훨씬 크지만 비용이 중요한 초기 창업에는 필수적이지 않다.


외주 비용

제일 처음 모였던 팀은 개발자가 아예 없었다. 그렇기에 서비스를 만들려면 개발자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개발자 친구를 영입했지만 1명이 모든 것을 다 해내기에는 어려웠다.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외주를 구해서 업무를 맡겼다. 개발자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도 고용해 관련 업무를 부탁했다. 서비스가 피봇하기 전에는 괜찮았지만 피봇을 시도할 때마다 기존에 개발하고 디자인했던 리소스들이 모두 무의미해졌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산이 아닌 매몰비용이 되었다.

개발과 디자인 스킬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러나 그 순간이 언제인지는 직접 정의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바로 외주를 구하는 것이 아닌, 그 아이디어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검증이 되었을 때 구해야 한다. 그 기준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개인이 정한다.

나는 그 기준이 실제로 고객 풀이 모였을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수치적으로 정의하자면, 고객의 Willingness to Pay의 총합이 외주 비용의 절반 이상일 때다. 그리고 외주에 대한 니즈가 확실해야 한다. 오픈채팅방으로도 수익이 나오는 서비스를 꼭 앱으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 앱이 더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고, 지금보다 서비스를 몇 배 스케일할 수 있을 때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당연한 소리로, 이 결정은 지금까지의 경험이 바탕이고, 추후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